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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목욕탕을 딸과 함께 가봤다.

by 코얄라 2024. 12. 5.

어제는 수요일이었다.

수요일은 딸 써니가 방과 후 수업 없이 일찍 끝나는 날이다.

어제의 써니는 들떠있었다.

왜냐하면 엄마랑 같이 목욕탕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hot spring은 온천이다.

방과후 수업으로 기초영어를 배우는 써니가 hot spring이라는 단어를 배웠다고 했다.

온천이라는 뜻의 hot spring.

 

"엄마. 핫스프링은 온천이래."

"그래? (핫스프링 처음 들었다...) 겨울 되면 사람들이 온천 가서 따뜻하게 목욕도 하고 땀도 뺀다." 

"나도 가 볼래."

"보통은 동네에 있는 사우나에 가서 뜨끈하게 목욕하는 거지."

"진짜? 엄마 우리도 가자."

"어? 알겠어. 근데 주말엔 사람 많으니까 평일에."

 

이때 살짝 귀찮아져서 평일 어쩌구로 얼버무리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써니의 반격.

 

"그럼 나 수요일에 일찍 끝나니까 그때 가자."

"그래. 그러면 되겠다..."

 

그렇게 수요일에 동네 목욕탕에 가게 되었다.

좀 귀찮지만 그래. 이제 꼬꼬마도 아니고 미끄러질 위험도 별로 없다.

목욕탕 가자!

hot spring은 아니지만 인삼탕도 좋아!

동네에 큰 찜질방이 있다. 목욕탕을 겸하고 있는 곳이다.

입장료 내고 들어가니 따끈따끈한 바닥이 반겨준다.

드디어 목욕탕 입장.

비누칠로 몸을 씻고, 머리 올리고 온탕에 들어가는 거라고 써니에게 알려주었다.

 

"엄마 내가 해줄게."

엄마 등에 비누칠을 해주겠다며 목욕탕 오기전부터 얘기하던 써니.

거품 타올을 받아 들고 신이 난 표정이다.

써니가 내 등을 다 밀어주고, 이게 뭐라고 참 행복하다.

이게 자식 기르는 맛인가 보다.

 

말끔히 씻고, 탕으로 가기 전에 머리를 묶어야 한다.

잔머리가 많아서 머리를 묶어줄 때 써니는 아야 아야 아프다고 한다.

살살 달래가면서 머리를 동그랗게 묶어 준다.

이로써 써니가 기다하던 온탕에 들어갈 준비 끝!

 

어디로 들어갈까~!

목욕탕 안에는 히노끼탕, 일반온탕, 무슨 무슨 탕, 이벤트탕이 있다.

물 가운데에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이 나도 신이 난다.

물이 노란빛을 띄고 있는 이벤트탕으로 가보았다.

탕에 들어가 앉으니 뜨끈한 온도가 딱 기분 좋은 온도이다.

 

"엄마 진짜 따뜻해. 인삼탕이래."

이벤트탕은 날마다 탕종류를 바꾸는 것 같았다.

오늘은 인삼 냄새가 나는 인삼탕.

써니가 물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흐뭇한 얼굴로 몸을 담가보기도 한다.

아이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옆에 앉으신 아주머니도 그런 써니에게 "인삼탕이라 좋은 냄새난다~"하시며 웃어주셔서 정겨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엄마 계란이랑 음료수 먹어도 돼?

목욕을 다하고 나니 4시.

써니는 옷을 다입기도 전에 배고프다고 계란이랑 식혜 먹고 싶다고 난리다.

옷 다입고 먹자고 다독여서 옷을 먼저 입혔다.

나는 보통 목욕만 하고 나가는데 써니랑 오니 간식까지~ 체류시간이 늘어난다.ㅎㅎ

 

배고픈 써니가 못참고 "엄마 내가 사 올게!" 하며 돈을 받아서 카운터로 간다.

동네-목욕탕-찜질방-구운계란-식혜-간식

 

 

써니가 무려 계란을 6개나 사왔다.ㅎㅎ 

모자랄 거 같다며~

먹는 거를 워낙 좋아하는 써니... 나와는 역시 먹는 양이 다르다.

 "2명이서는 보통 3개면 딱 적당한 건데?"

계란 6개를 들고 있는 써니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목욕탕에 함께 앉아 계란을 먹으며

써니가 크니 확실히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행복은 큰 이벤트보다 이런 소소한 일들에서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만드는 데는 열심히 일하는 남편의 공이 크다.

오늘 푸짐한 저녁을 차려야지 하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